
유리벽돌을 떠올리면 대부분 실내 공간이 먼저 생각납니다.
카페나 상업공간의 파티션, 욕실 공간의 포인트 마감, 카운터 디자인 등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면서도 빛은 전달하는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질감을 지닌 유리벽돌은 공간에 개방감을 부여하고, 빛의 흐름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유리벽돌은 실내 공간을 위한 마감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건축 재료의 가능성은 언제나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연희동 현장에서는 유리벽돌을 실내가 아닌 건물 외부에 적용하며 또 다른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유리벽돌이 적용된 곳은 계단실 외벽입니다.
일반적인 외벽이라면 벽체를 막고 별도의 창을 설치하는 방식이 익숙하지만, 이 공간은 유리벽돌 자체가 빛을 전달하는 입면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덕분에 계단실 내부는 낮 동안 자연광이 깊숙이 스며들고, 외부에서는 건축물에 독특한 표정을 부여합니다.
완전히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채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유리벽돌만의 장점입니다.
창문과 벽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재료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능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선택이었습니다.

가볍고 맑은 존재감
현장에는 BLG 스트레이트 클리어 화이트(200×100×50) 모델이 적용되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표면과 맑은 투명감이 특징인 제품으로,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실내에서는 부드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외부에서는 묵직한 외장재 사이에서 한층 가벼운 인상을 더해줍니다.
특히 햇빛이 투과되는 시간대에는 벽 자체가 하나의 조명 요소처럼 작용하며 건축물에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영롱쌓기로 완성한 개방감
이번 현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롱쌓기 디테일입니다.
벽돌 사이에 의도적으로 틈을 두어 쌓는 방식인 영롱쌓기는 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유리벽돌 특유의 투명성과 만나면서 더욱 독창적인 입면을 형성하며, 단순한 장식적 요소를 넘어 통풍과 개방감까지 고려한 건축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외부에서는 입면에 리듬감을 만들고, 내부에서는 빛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그림자를 경험할 수 있어 시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시선으로
건축에서 새로운 공간은 반드시 새로운 재료에서만 탄생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익숙하게 사용되던 재료를 다른 위치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번 연희동 현장은 유리벽돌이 더 이상 실내 인테리어에만 머무르는 소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빛을 들이고, 시선을 조절하며, 건물의 입면을 완성하는 외장재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만 벗어나면, 같은 건축물도 전혀 다른 표정과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유리벽돌이 만들어낸 이 외벽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