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nerberger
건축에서 벽돌은 단순히 외벽을 마감하는 재료가 아닙니다. 벽돌의 색상과 크기, 그리고 쌓는 방식에 따라 건물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수직적인 디자인 요소(Verticality)는 건축물에 깊이감과 리듬감을 부여하며, 각각의 건물이 가진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벨기에 Eiland Zwijnaarde에 조성된 친환경 기업단지로,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기능의 건물이 배치되지만, 하나의 통일된 캠퍼스처럼 보일 수 있도록 건축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건물에는 동일한 계열의 벽돌이 적용되었으며, 수직적인 파사드 디자인을 중심으로 각 건물의 개성을 표현했습니다. 같은 벽돌을 사용하면서도 입면의 구성과 수직 분절 방식을 달리해 건물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하나의 통일된 건축 언어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벽돌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하루 동안 햇빛의 방향이 바뀌면서 벽돌의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고, 건물은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조로운 외벽이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파사드가 완성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중앙 건물은 화이트 컬러의 연속된 콘크리트 밴드와 벽돌이 조화를 이루며 개방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반면 저장시설은 촘촘한 수직 벽돌 리브(Rib)를 적용해 넓은 외벽에 깊이감을 더하고, 단순한 벽면에도 풍부한 입체감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건물의 설비 공간은 벽돌과 수평 루버(Louver)를 함께 사용해 기능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감쌌습니다. 설비를 완전히 숨기기보다 건축 디자인의 일부로 녹여내면서 거리 풍경과도 조화롭게 연결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단지 내부의 거리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벽돌이 만들어내는 파사드는 과거 산업시설에서 볼 수 있었던 인더스트리얼 브릭 아키텍처(Industrial Brick Architecture)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견고하면서도 따뜻한 공간감을 연출합니다.
이처럼 벽돌은 단순히 외벽을 마감하는 재료를 넘어 건축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같은 벽돌이라도 어떻게 쌓고, 어떤 비례와 리듬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좋은 벽돌 건축은 재료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빛과 그림자, 수직과 수평의 리듬, 그리고 건축가의 의도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건축이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