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인동 한옥, 재료로 시간을 덧입히다
종로구 통인동은 골목 안으로 한 발만 들어가도
오래된 한옥들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동네입니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시간의 흔적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곳.
이번에 소개할 현장은 그런 통인동에서 진행된 2층 한옥 리모델링입니다.
한옥 외벽에 더해진 유럽 수공예 벽돌
이번 현장의 중심 재료는
비네르베르거(Wienerberger)의 포럼 팜파스(Forum Pampas) 입니다.
유럽 특유의 선명한 적벽돌 컬러를 지녔지만,
소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색의 깊이와 거친 표면 질감 덕분에
빛을 받을 때마다 미묘하게 다른 표정을 드러냅니다.
전통 한옥의 목구조와 기와 지붕 아래에 놓였을 때,
이 벽돌은 낯설기보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골목 풍경에 스며듭니다.
이번 현장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하나의 벽돌을 단일 규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15 × 102 × 65mm / 215 × 102 × 50mm
같은 모델, 다른 두께의 벽돌을 한 단씩 교차 조적해
벽면에 미세한 단차와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차분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벽 전체에 은근한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여기에 무메지 시공이 더해져
몰탈의 존재감은 최소화되고, 벽돌 본연의 질감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중간 띠, 색으로 비례를 잡다
2층 한옥 외벽 중간에는
아고라 티탄 그레이(Agora Titanium Grey) 벽돌로 띠를 둘렀습니다.
보통 콘크리트나 석재가 맡는 역할을
그레이 계열 수공예 벽돌로 풀어낸 구성입니다.
묵직하고 차분한 컬러가 강한 적벽돌의 인상을 한 번 눌러주며,
건물의 수평선을 정리하고 전체 비례에 안정감을 더합니다.
장식이라기보다, 건축적 장치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한옥과 수공예 벽돌의 공통 언어
포럼 팜파스와 아고라 티탄 그레이,
두 재료의 공통점은 ‘완벽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벽돌마다 조금씩 다른 색과 표면,
균일하지 않은 질감은 오히려 전통 한옥의 성격과 닮아 있습니다.
한옥 역시 기계적으로 완성된 집이 아니라
시간과 손의 흔적이 쌓여 만들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을 존중한, 현재의 한옥
통인동 이 현장은
기존 한옥의 구조를 존중하면서
외벽 재료를 통해 현재의 시간을 덧입힌 리모델링 사례입니다.
골목에서는 튀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히 기억에 남는 집.
전통과 현대, 동양과 유럽의 재료가
의외로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인동 한옥 리모델링 현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