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고, 뭔가 단번에 감탄을 자아내지도 않는 재료가 벽돌이 아닐까 하다. 그런 점에서 벽돌은 조용한 건축재료이나 오래 볼수록, 오랜동안 쓰일 수록 그 존재감이 뚜렷한 재료이기도 하다. 벽돌을 보면 한 장 한 장 모두 같은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굽는 온도, 흙의 성분, 소성되는 가마 안에서의 위치에 따라 그 표면의 결도 제각각이다. 전체적으로는 같아보일지 몰라도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벽돌 표면에 투영되어 불균질한 작은 차이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 작은 차이가 공간에서 깊이를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이런 작은 차이들을 지닌 벽돌의 군집은.. 시간이란 세월과 맞물려 그 표정을 만들어 낸다. 비를 맞고 햇빛을 머금고, 풍파를 견디며 서서히 표정이 살아난다고 해야할까. 모서리는 네모각진 외형에서 조금은 무뎌지고 색상 톤은 낮아지며, 어느 순간 농익은듯, "살아있는 상태"로 오래된 벽돌 건물에서 그 자연스러운 시간을 머금어 표현해내준다. 그러한 벽돌이 다양한 조적이란 언어를 만나 리듬을 만들어 낸다.
같은 벽돌이라도 쌓는 방식에 따라 건물의 성격이 달라지고, 단순한 구조재를 넘어 벽돌은 공간의 태도를 결정해준다.
특히 수공예 벽돌에선 그 성격이 분명해진다. 균일하지 않은 좀 더 자연미가 넘치는, 흔히 "인간적"이라 불리우는 미묘한 투박성이 묻은 수공예 질감은 그 깊이감을 더 살려주는게 아닐까. 누가 이 공간을 만들어내고, 어떤 의도로 쌓았는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에 따라 벽돌은 시간과 기억을 함께 쌓아지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다양한고 기능적이고 세련된 건축자재가 선보이고 있어도, 벽돌을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오래된 동네에서는 여전히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로 남아 있는 이유..그 시간의 기록을 함께 해 온 벽돌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건축재료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무게만큼, 공간에 깊이를 남긴다.